지난 23일 지하철을 동대구역에 갔더니 문학자판기란 것이 있었다.
별별 자판기가 다 있구나...싶어서
차가 올 시간도 5분정도 남아서 곁에 가서 보턴을 눌리니 시가 적힌 종이가 나왔다.
내 옆에 있는 사람 이병율
이 사실을 알기까지 오래 걸렸습니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지 않으면
절대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을요
내가 사람으로 행복한 적이 없다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는 것을요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왜 그 사람이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내가 얼마만큼의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서라는 것을요...
재미가 있어서 한 장을 더 뽑아보았다.
기나긴 복도 김소연
어디가 됐든
영원히 쉬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또 한장을 뽑으니
오후 5시 한강은 불꽃놀이 중 조수경
손끝을 바라보았다. 진실과 거짓을
손끝으로 감각했다는 것
은 봉투의 질감과 무게가 평생 거짓의
감각으로 남을 거라는 걸 알았다.
몸에 더러운 얼룩이 생긴 비분이었다.
한 장을 뽑아 읽는데 채 1분도 안 걸렸다.
아직 차가 오지 않아서 다시 한 장을 뽑았다.
던젠가 머물렀고 어느 틈에 놓쳐버린... 가랑비메이커
너무나 사랑해서 삼켰던 말들이
얇은 벽을 만들어 버렸고 옷게만 하고싶어
더 많은 눈물이 되어야만 했던 우리
마침내 뜨겁게 고백했고 결국 무너지
여기까지 읽고 나니 차가 들어온다.
들어오는 것을 보면서 한 장을 더 뽑았다.
걸어서 환장 속으로 관민지
굳이 어딘가로 떠나지 않더라도
한께하는 지금이 실시간으로
과거가 되는 중임을 잊지않으려고 한다.
그게 하필 부모님이니까 더 애틋하게
다짐하게 된다
여기 있는 것 일상에 있는 것
함께 있는 것 지금 있는 것을
그 자체로 새삼스러워하고 감사해야 한다는 것
이런 것은 참 좋은 생각인 것 같았다.
불과 5분만에 시 다섯 편을 읽을 수 있었다.
'오작교의 행보 > 내가 한일 할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 그림 관람 (0) | 2021.01.05 |
---|---|
커피 투삿이 무엇인가... (0) | 2021.01.03 |
더 엄격해졌다. (0) | 2020.12.26 |
폰 화면 밝기... (0) | 2020.12.11 |
동대구역쪽으로 걷기 (0) | 2020.1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