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불경은 잘 보지 않던 내용이었다. 예기에 나온다고 한다. 예기는 읽어본 적이 없으니...
아마 소수서원 죽계천 건너편 바위에 쓴 한 글자 敬자도 無不敬을 생각해서 쓴 글자인지도 모른다.
사무사(思無邪)
무자기(毋自欺)
신기독(慎其獨)
무불경(毋不敬)
퇴계는 유학의 경전 중에서 3언12자를 뽑아서 정성껏 써서, 벽에 붙여놓고 늘 보셨다고 한다.
* 사무사(思無邪) - 삿된 생각을 하지 말라.
* 무자기(無自欺) - 자신을 속이지 말라.
* 신기독(慎其獨) - 혼자 있을 때를 삼가라
* 무불경(毋不敬) - 모든 것을 공경하라
그 가운데 ‘무자기(無自欺)’는 퇴계를 평생 오롯하게 보여 주는 좌우명이다.
공자는 세상에 떠도는 시 300편을 골라 실으며 그것에 대해 한마디로 말하면 '생각에 삿됨이 없는 것(思無邪)'이라고 말했다.
시들이, 잘 교육받은 교양 있는 입에서 나왔다는 의미가 아니라 시마다 인간의 본성이 잘 우러나왔다는 의미로 읽힌다.
즉 태어나면서부터 부여받은 본성을 되찾고 지키는 일이 '사무사(思無邪)'이다.
'신기독(慎其獨)'은 대학에 나오는 말인데, 보거나 듣는 사람이 없는 곳에 혼자 있는 때에도 도리에 어긋나는 행동이나 생각을 하지 않는 마음과 태도라고 해석해왔다.
옛사람들은 이를 중요한 마음수행법으로 삼았다. 그렇게 생각하면, 인간의 약점을 간파한 명언이 되겠지만 진짜 의미는 그것이 아니라, 기(其ㆍ밝은 덕이나 도를 가리킴)가 홀로 있는 것을 삼가한다는 뜻일 가능성이 있다. 홀로 잘난 척을 하지 마라. 그런 경계이다.
'무자기(毋自欺)'는 대학의 주석에 나오는 표현인데, 스스로를 추호도 속이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쓰면 쉬운 말이고 어렵게 쓰면 한없이 어려운 말이다. 자신이 했던 '말'을 속이지 않는 것, 자신이 세상에 내놓은 정체성이나 학문을 통해 깨달았다고 여긴 것을 속이지 않는 것. 이 정도만 해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무불경(毋不敬)'은 예기에 나오는 말이다. 예기 곡례를 보면 수행의 방법을 이렇게 말한다.
"공경하지 않을 일이 없으니 깊은 생각을 하는 것처럼 엄숙하고 말은 편안하고 분명하게 하며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라.
毋不敬 儼若思 安定辭 安民哉(무불경 엄약사 안정사 안민재)."
퇴계는 저 앞의 말들을 통해 이 한마디를 강조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세상에 공경하지 않을 일이 없다.
경(敬), 한 글자이면 사람들의 본성과 도와 자신이 모두 편안하게 통한다.
세상에 저런 엄청난 외마디의 가르침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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