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공부하는 사람들
★. 복지관에서 글씨를 가르친지도 어언 다섯 달이 넘었다. 처음 4개월은 한 사람만
가르치다 보니 그 분이 결석을 하면 나도 쉬어야 했는데 7월에 한 분이 더
오시고 8월에 두 분 그리고 9월에 다섯 분 모두 아홉 분이다.
아홉 분이 되니 교실도 꽉 차고 분위기도 많이 좋아졌다.
처음에 1: 1로 지도 할 때는 지루 하기도 하였으나, 결석을 안 하여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차츰 사람이 많아지니 경쟁심도 생기는지 서로가 열심으로
하고 있으니 나도 공부를 많이 하게 된다. 그날 써 줄 글씨를 법첩에서 찾아
익히기도 하면서 함께 공부하는 기분으로 가르친다.
모두가 바른 글씨를 배웠으면 한다.
★. 오늘 (2008년 12월 18일) 중봉,만호제력과 장심색농을 설명하느라고 남녀관계를 도입했더니 웃으워 죽겠다고 한다. 글씨는 음양의 원리로서 붓끝을 세워야 중봉이 되고 물이 많아야 붓이 잘 나간다고 했더니 온갖 상상을 다 하는 모양이다. 누워서는 일이 안 되듯 붓도 누우면 글씨가 안 된다고 설명을 하였다. 기억에 남으라고...
★. 안심복지관에서 나와 글씨로 제일 먼저 연을 맺은 분
조명순 (4월 7일) 손전화: 010-5152-9961
오전반에 사람이 많아 밀려 온 분이다.
처음에는 잘 가르치는 오전반 선생님에게 배우고 싶어서 두 번이나 안 나오시다
3일 째 되는 날 나오셔서 가로획 세로획을 크게 긋게 하였다.
오전반은 조그많게 긋는 데 왜 이렇게 크게 긋느냐?는 의문이 있는 듯 했으나
묵묵히 따라 하셨다. 지금은 아주 잘 하신다.아마 어느 정도 내 가르치는 방법에
익숙해 진 듯 하다.
9월 26일 부터 나오지 않음
11월 3일 다시 나옴 (내 개인 서실 같으면 못 오게 하지만 여기는 그럴 수 없는
곳이라 새로 체본을 써 주었다. 이렇게 제멋대로 들아갔다 나왔다하면 질서가
없어진다.) 아직도 엉터리 법첩을 가지고 오신다. 다음주에도 가져오면 못
가져오게 하여야겠다.
11월 13일 내가 사준 법첩으로 쓰겠다며 용필 팔법과 49세를 건너 뛰고 결구 44법의 2/3를 넘어서 쓰려고 해서 오늘은 그냥 써 주었는데 다음에 오면 되돌아가도록 해야겠다. 초등학교 과정도 마치지 않고 중학교로 올라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11월 17일 조용히 이야기 하였더니 본인 스스로 처음부터 다시 스겠다고 하여 다행이었다. 丹,丘자를 썼다. 화를 내지않을까 걱정을 했더랬는데...11월 20일 체본을 쓰려고 하니 결구편 마지막 장을 펴놓고 써달라는 것이다. 17일 丹,丘를 써주었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身자를 써 주어서 날짜까지 적어놓았다고 하였다. 그러면 마음대로 쓰라고 했더니 처음부터 쓰겠다고하여 다시 丹,丘를 써 주었다. 사실은 17일에 썼던 字인데 ...12월 1일 3시 반쯤 체본을 한창 써주고 있었는데 소리는 났는데 집에 갔다 온다는 것 같던데 마칠 때 까지 오지 않았다. 선생보고 인사도 안하는 사람이 무슨 서도를 익히겠는가?...2009년 1월 5일 아무런 연락없이 오지 않았다. 별로 글씨 쓸 생각이 없는 듯
★. 허영순 (7월 17일) 용 띠
상록 서실(권혁택)에서 20세 때부터 5년간 안근례비를 쓰고 몇 년전에
학정 정성근선생에게서 2년간을 사사 하였다고 함
구성궁예천명은 처음이라고 하나 7년이란 경력이 있어서 이해가 빠르다.
그러나 글씨는 쓰는 법이 안진경을 버리지 못하고 가끔씩 나오나 새로운 방법을
받아들이려고 많은 노력을 한다.
오늘(10월 13일 ) 보니 글씨 쓰는 속도가 늦어졌다. 속도가 늦어지니 글씨의 뼈대가
생기는 것이다.
11월 20일 적(치침)을 이해해서 많이 좋아졌다.
2009년 1월 5일 理와 잡아당길 읍자를 썼는데 아직도 속도가 빠르다.
★. 양태수( 8월 18일) 양띠 손전화 : 019-523-4814
동구 신서동 대경 넥스빌 102/505
다른 곳에서 조금 배운 분 같은 데 속내는 잘 알 수 없으나 쓴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래서 붓질 하는 것을 보면 필법이 조금은 서툴지만 아주 열심히 하신다.
10월 13일 다른 획은 다 좋아졌는데 날획 하는 방법이 아직도 질질 끌고 있다.
11월 20일 먹이 좋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 먹을 갈아서 쓰셨다. 좋은 일이다.
2009.1.5 照자와 然자를 썼는데 점획이 많아서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 김은지 (8월 25일) 쥐띠 손전화: 016-503-3474
동구 신서동 570-7
처음에 종이가방을 들고 오는 모습이 붓글씨 가방 같았는데 내가 있는 서실 뒤에
우두커니 앉아 있기에 물어보니 글씨를 하러 왔다고 한다. 준비물을 보니 아직
한 번도 다른 곳에서 써보지않는 말하자면 떼묻지 않는 순수함 그대로였다.
그래서 붓 잡는 법이라던지 운필법을 가르치는대로 잘 따라 하고 있다.
*. 10월 1일 1개월만에 종획의 수필을 완전히 터득 한 것 같다.
지금 배우고 있는 사람 중 가장 먼저 익힌 것 같다.
글씨 쓰는 맛을 느낀다고 했다. 내가 10년만에 느낀 것을 단 한 달만에 느끼다니?
10월 23일 지난 번에 글씨가 작아져서 크게 쓰라고 하였다. 작게 쓰면 편하니까
그러나 그렇게 쓰다 보면 점점 글씨가 움츠러 든다고 이야기 했더니 오늘은 다시
크게
썼다.
2009년 1월 5일 감기로 나오지 못하였다. 감기를 자주한다.
2009년 1월 15일 앞으로 나오지 못하겠다고 함
★. 고영옥 (9월 1일) 닭띠 손전화: 010-7709-1377
동구 동호동 상록 아파트 106/1106
김은지님 오고 1주일만에 오신분인데 아가씨인 줄 알았더니 4학년과 2학년 아이
엄마
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순수하게 글씨를 쓰고 싶어서 왔는데 한 자를 하고
싶지만 한
자를 잘 몰라서 한글을 하고 싶다는 것을 글씨의 맛을 알려면 그래도
한자가 좋다는
이야기를 해주어서 한자를 하고 있는데 자세도 좋고 아주 열심히 잘 하고 있다.
10월 13일 불과 1개월이 지났는데 글씨의 맛을 알기 시작하였다. 지난 번에 보니
글씨의 수필(종획의 마무리)이 달라져서 물어 보았더니, 알고 있었다. 그러더니
오늘 보니 모든 획이 달라져 있었다.
10월 23일 전번에는 垂露를 이해해서 그대로 쓰고 있다니 오늘 보니 적을
제대로 하고
있었으며 본인도 매우 만족하는 것 같이 보였다.
12월 22일 부로 다른 일로 바빠서 2개월정도 못 나올 것이라 한다.
★. 김만수( 9월 4일) 범띠 손전화: 011-549-2108
동구 율하동 뜨란채 210/508
이희식님과 같이 오신 분인데 붓이 조금 작은 것을 가지고 오셨다. 역시 어디서
글씨를
좀 쓰신 일이 있느냐고 하니 전혀 없다고 하신다. 맨 뒷 자리에서 열심히 하신다.
날획이 아직은 서투나 많이 좋아졌다. 10월 13일
11월 20일 어렵다고 하시더니 이제는 붓잡는 법이 많이 익어졌다.
2009년 1월 5일 매달 첫 월요일은 하는 일이 있어서 못 오신다.
★. 김미정(9월 4일) 용 띠 손전화: 010-5083-5089
신서동 영조 3단지 307/ 1302
키가 아주 크시다. 글씨 도구를 조사해 보니 쓰던 것 같은 데 부군이 쓰시던 것이라고
한다. 성격도 컬컬하고 열심히 하는데 키는 크고 책상은 낮아서 쓰는데 불편한 것
같다. 그래서 곧잘 쉬면서 쓰신다. 잘 안 된다고 투덜 대기도 하는데 열심히 한다.
10월 13일 아직 감을 잘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11월 20일 먹과 묵즙이 다르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 먹을 갈기 시작하였다.
2009년 1월 5일 감기로 못 나오신 것 같다.
★. 박시수 (9월 11일 ) 뱀띠 손전화: 011-512-9529
동구 방촌 영남 네오빌 2차 203/903
출석부에 김시수라고 되어 있어서 김씨인 줄 알았는데 박씨라고 하였다.
주복지사가 이기하면서 잘 못 한 모양이다.
붓을 두 자루나 준비해 오셔서 다른 곳에서 많이 쓰신 줄 알고 물었더니 집사람이 쓰던
도구라고 하셨다. 집사람은 누구에게 배웠느냐고 하니 범물동이라 해서 선생님이
남자냐? 여자냐?고 하니 여자라고 해서 심재정계조선생님이지요. 하니 맞다고
하였다.
붓을 두 자루 가지고 오셨는데 보니 하나는 뿌리가 생겨서 못 쓰겠고 다른 한 붓으로
가로획 세로획 긋기를 처음으로 시작하였다.
宋 자를 쓸 때는 안 된다고 그만 둘까 한다고 하시더니 하루에 두 자씩 쓰시더니 아주
달라졌다 열심히 하니 역시 달라진다.
10월 23일 정계조씨가 구궁지에 쓴 안진경의 체본을 한 묶음 가지고 오셨다.
아마 잘 썼다고 나보고 보라고 가져 오신 모양이다. 하루에 두 자씩 쓰니 지루해서
8자씩 체본을 받고 싶어서인 것 같기도 한 것 같으나 아직은 이르다
11월 13일 오늘은 친구가 썼다는 천자문을 들고 오셨다. 한 눈에 안진경의 근례비를 흉내내어 쓴 것인데 틀을 만들어 쓰다보니 길게 뻗어야 할 글자가 움추려져 있는 글자는 조금 뻗었으면 하니 좋은 기색이 아닌 것 같았다. 가로획 하나를 가르키면서 얼마나 좋으냐는 식으로 말씀 하셨다. 그린 것이지(서사) 썼다(서예)고 볼 수도 없는 것을 왜 가져 오는지 모르겠다.
나를 못 믿어서 그런 것 같다. 글씨 쓰는 방법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일까?
11월 17일 이후에는 종이타령을 많이 한다. 안 피는 종이는 캄푸라치를 할 수 없고 피는 종이는 캄푸라치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지 않다고 몇 번을 이야기하여도 안 듣는다.
오늘(12월 4일)은 전시작품은 안 피는 종이에 쓰지요? 하였다. 그렇지 않다고 하여도 내가보니 하나도 안 피었다고 하면서 그래서 요즈음 작가들은 피지 않는 종이에 쓰는 경우도 있으니 취향대로 하면 된다고 이야기하였다. 그러나 좋은 종이는 발묵이 되는 종이라고 하면서 마침 종이에 대한 것을 불로그에 올리려고 생각중인데 한지목록이 있어서 좀 보려고 가방에 넣어가지고 갔기에 보여드렸다.
오당지:번짐이 매우 곱고 매우 섬세하며 부드러운 촉감이 있고 먹색이 한 층더 돋보인다.
그러나 지질이 약하기 때문에 다루기가 불편하다.
★. 내 생각에는 종이가 다루기가 불편하다보니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2009년 1월 5일 事자와 求자를 썼다. 노획이 가운데는 가늘고 양 끝이 굵은 것이 잘 안된다고 하시면서도 잘 하신다. 불과 3개월밖에 되지 않았으나 잘 하신다.기필과 수필부분이 아직 조금 미흡하나 잘 하신다. 아래 4점의 모양이 법첩에는 꼬리가 조금씩 있는데 선생님은 그렇게 쓰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연결되는 모양을 나타내는 것이기에
크게 신경 안 써도 된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 김미정씨를 제외한 모든 분들이 법첩을 가지게 되었다.
★. 김영호 (10월 16일 ) 손전화 010-9362-7570
김만수씨 소개로 오셨다. 경대병원에 사무직으로 근무하시다가 퇴임하셨다.
20여년전에 기초를 배우셨다고 하셨다.
준비하여 오신 붓이 조금 작아서 큰 것으로 바꾸어 오라고 하였다.
11월 20일 용필법을 이해하시는 것 같다.
2009년 1월 5일 分자와 之자를 썼다. 열심으로 하신다.
★. 박종필 (10월 16일 ) 토끼띠 손전화 010=3000-2992역시 김만수씨의 소개로 김영호씨와 같이 오셨다.정식으로 서실에 나간 일은 없다고 하였다. 역시 붓이 작아서 큰 것으로 바꾸어 오란 말을 하였다. 본인 스스로 가로획 세로획만 긋고 계신다. 아주 열심으로 11월 6일 11월 20일 세번째의 기본획을 받으셨다.2009년 1월 5일 기본 글자인 也자를 썼다. 김영호씨와 같은 날 들어왔으나 기본 획 긋기를 열심히 하시다 보니 진도는 조금 늦다.
2009년 2월 26일 새로 한 분이 오셨다.김병문 1954년 8월 11일생 집전화 963-9013 , 손전화 010-5500-6358
오랜만에 붓을 들고
직업훈련학교도 방학을 하여서 시간이 있어서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가 우리 이웃동(효목1동)사무실에서 무료로 서예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서 아침부터 가서 운림필방에서 편찬한 구성궁 예천명의 법첩 첫째부분인 용필법 102자를 임서해 보았다. 집에서도 가끔 해 보는데 집에서는 먹물이 여기저기 묻어서 빈 붓으로만 써보는데 역시 먹을 묻혀 쓴다는 것은 빈 붓으로 쓴는 것과는 다르다 . 안심복지관에서는 모두가 묵즙을 가져와서 써보기는 했지만 묵즙을 내가 사서 쓰기는 처음이다.서산실에서 공부할 때 선생님께서 "
가르치는 사람이 배우는 사람보다 공부를 더 많이 해야 된다"
는 말씀을 절실히 느낀다. 배울 때는 잘 못 되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않는데 가르칠 때는 열 번을 바르게 하다가도 한 번만 잘 못 하면 큰 일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잘 안 되는 글자들이 있어서 한 번 써보고 싶었다그런데 회장이라는 사람이 또 글씨를 잘 쓰는 척 강의를 하려고 하기에 몇 마디 듣다가 그만 계속해서 썼다.자세가 좋아야하고 붓을 바르게 잡아야하고 종이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3년이 지나면 3년동안 획만 긋던 놈이나 글씨를 쓰던 놈이나 책만 보던 놈이나 같게 된다는 것이다. 속으로 "바르게 잡고 바르게 쓰고 바르게 책을 읽고 자기 것으로 받아드려야지 잘 못 붓을 잡고 쓰고 책을 읽으면 평생을 써도 제대로 된 글자 한 자도 쓸 수 없다"는 사실은 모르고 하는 말 같았다. 지난해에는 담곡서실에서 쓰려고 하니 원장이란 분이 너무나 엉터리여서 회비낸 한 달을 쓰고 안 썼는데 여기는 선생이 없는 줄 알고 그냥 혼자 좀 써보려고 하였더니 또 아는 체 떠드는 사람 때문에 시끄러워서 제대로 쓸 수 있을까 싶다. 察자가 잘 되지않아서 몇 번이나 관찰하면서 익혀서 겨우 모양을 갖추었다.자세히 관찰해보니 집 면자의 윗 점획과 아래의 보일 시자의 중심선이 같지 않았다.그러니 중심이 잘 맞지 않는다. 집 면자의 점획의 오른쪽과 보일 시의 왼쪽을 맞추어야 자형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宮자의 균형도 잘 되지않는 자이다. 중심선이 윗 입 구는 왼쪽으로 약간 옮겨져 있다.그러니 아래 입 구의 중심을 맞추어야 된다. 오전에 두 시간 오후에 세시간 다섯 시간을 하나하나 음미하면서 써보았다.이렇게 음미하면서 한 부분(용필법)을 하루에 다 써보기는 오늘이 처음이다.2일째 갔다.첫 날이 금요일이라 토요일과 일요일은 동직원들이 근무를 하지 않아서 월요일인 오늘 나갔다. 오늘 도 역시 많은 사람들은 없었다. 세 분이 오셨는데 한 분은 자기의 자랑만 늘어놓고 내 보고 화선지에 써야하고 먹을 조절할 수 있어야 입상할 수 있다는 등 온갖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러면서 붓을 잡지도 않고 가시고 한 분은 예절교육 때문에 오신 분이고 한 분이 쓰시는데 멀지감치 보니 도록에 있는 행서를 임서하고 계시는 것 같았다. 그러나 자세는 전혀 되어있지않았고 붓 사용법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것 같았다.신문지에 어제의 붓은 너무 털이 빠져서 획을 만들 수 없었는데 오늘은 다른 붓을 가져갔더니 그래도 아직은 쓸만 하였다. 역시 용필편 102자를 한 번씩 썼다. 1월 13일 3일째 가서 글씨를 쓰고 있으려니 회장이란 사람이 와서 또 떠들었다. 이번에는 글에 대한 이야기였다. 적벽부로 시작해서 귀거래사까지 들먹이며 글도 모르는 것들이 글씨를 쓴다고 하면서 계속 이야기를 하기에 언제 끝날지 몰라 그만 글씨를 썼다. 이번에는 또 초대작가란 분이 와서 신문지에 글씨를 쓰면 잘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화선지에 쓰면 잘 안 된다고 자꾸만 화선지에 쓰라고 했다.그래서 요즈음 나오는 화선지가 중국지라서 질이 별로 좋지않고 화선지라면 오당지정도는 되어야 된다고 했더니 오당지가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그러니 또 회장이란 사람이 종이에 대한 설명을 하기 시작하였다. 글씨마다 종이도 골라서 써야하고 산성지니 알카리성지니 하였다. 산성지와 알카리성지가 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오전 연습을 마치고 나오면서 이분들의 글씨 쓰는 자세를 잠시 관찰해보니 자세가 바르게 되어야 글씨도 바르다고 하던 분들의 자세와 집필법,운필법이 하나같이 법대로 되지 않고 제멋대로였다. 속으로 자세나 바로잡고 좀 쓰지. 오후에 나갔더니 하루에 두 번 나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거나 말거나 또 한 번 구성궁 예천명의 법첩 운필법편을 한 번 쓰고 왔다. 그런데 또 화선지에 써야 글씨가 되느니 붓을 잡는데 세 손가락을 걸어 당기면 힘이 더 좋아진다는 둥 제멋대로 씨부렁 대는 사람이 많았다. 1월 15일 5일째 나갔다.오늘은 혼자서 쓰다니 회장이란 분이 점심 먹으러 가자고 하는 것을 거절하였다. 오후에 안심복지관에 나가야 하기 때문에 선약이 있다는 핑게를 대었다.그러면서 봉강 김만호선생을 아느냐고 하였다. 봉강김만호는 모르고 소헌 김만호는 안다고 하였다. 그랬더니 봉강 김만호인데 그 제자들이 회원전을 하고 있다고 하여서 김만호씨의 호는 소헌이고 그 제자들의 모임 이름이 봉강이라고 하였더니 내 글씨가 봉강의 냄새가 조금 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글씨를 얼마를 썼느냐고 하기에 한 60년 썼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누구에게 배웠느냐? 여러곳에서 배워서 꼭 누구에게 배웠다고 하기는 힘들다고 하였다. 그래도 누구냐? 고 하기에 서울에는 여초김응현 선생이고 대구에는 서산이라고 말해주었다. 앞으로는 제발 화선지에 글씨를 써야 느니 먹을 갈아서 써야 하느니 하는 소리를 하지않도록 하기위하여 한 말인데 알아듣기는 하였는지 모르겠다.1월 16일오늘은 아무도 화선지에 써야 되느니 붓을 어떻게 잡고 쓰라는 말을 하지않았다. 웬일일까? 몇 번씩 이야기를 하여도 듣지않으니 하지않는 것일까? 내가 쓰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다가 한 마디 한다. 잘 쓰네요? 평가를 하시는 것 보니 대단하십니다.라고 응수하였다.아마 어제 회장과 소헌 김만호선생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소문이 난 모양이다. 어제 대구의 서예맥을 이어 온 분들은 석재서병오로부터 죽농서동균의 맥을 이은 사람이 김만호선생이라는 이야기와 여초김응현선생,초정권창륜선생을 묻기에 안다고 하였더니 그럼 서예를 몇 년 하였느냐 하기에 한 60년 하였다는 대답을 하였더니 자기들보다 더 많은 서예의 경력 때문에 말이 없는 모양이다. 오늘도 구성궁 용필편 102자를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두 번 임서를 하면서 分자가 잘 되지 않아 몇 번 써 보았다.오전에는 나 혼자 쓰고 오후에는 다섯 사람이 쓰는데 모두가 행서를 쓰고 있었다. 회장은 대구시전 도록을 보고 쓰고 전동장이란 분은 난정서를 이여사와 배여사,김총무란 분은 체본을 보고 쓰는데 반절에 그것도 한 자 쓰고 보고 한 자 쓰고 보고 하면서 종이를 두 자 정도 쓰고는 접고 쓴다. 접고 쓰는 것은 회장도 두 자 쓰고 접는 버릇이 있었다.행서란 특히 맥이 통해야 되는데 장소가 좁으면 어쩔 수 없지만 넓은 서탁인데도 그렇게 쓰고 있었다. 행서의 본질을 잊어버린 것 같은 느낌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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