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작교의 행보/나는 누구인가?

★12.나. 3) 죽을 고비

吳鵲橋 2024. 7. 31. 15:00

3) 죽을 고비

첫 번째는 말(물속에 자라는 풀)치러 가서였다.

내가 5살 쯤 되었을 때인데 할머니와 삼촌을 따라서 갔던 것이다.

그 때 나는 할머니 방에서 자고 형님은 어머니 방에서 잤을 때이다.

한 방에 다 잘 수가 없으니 나는 항상 할머니가 어머니처럼 나를 데리고 자고 어디를 가도 나를 데리고 다니셨다.

늦은 겨울(저수지 가운데는 얼음이 있고 가에는 녹았다) (물속 풀)을 치러 할머니와 작은아버지를 따라서 우리 마을에서는 가장 큰, 큰못이라는 저수지에 갔었다. 말은 아직 푸성귀가 나오기 전에 산이나 들에서 나는 나물을 대신해서 입맛을 돋우어 주는 물속에 있는 나물이다.

말빗이라고 머리빗처럼 커다랗게 생긴 것을 던져서 말이 걸려나오게 하였다. 말을 치다가 떨어진 말이 못가의 물에 떠다니는 것이 아까워서 건지려다가 미끄러져서 물에 빠졌다. 덤벙덤벙 세 번째 올라왔을 때 건졌다는 것이다. 세 번째 건지지 못하면 영영 물속으로 빠져버린다고 하였다. 내가 그 찬물에 빠졌으면 집에 왔어야 하는데 작은 아버지와 할머니는 나를 못 둑에 불을 피워서 옷을 말리라고 하고 계속 말을 쳐서 집에 왔었다. 이것은 지금도 기억이 또렷하다. 집에 오니 어머니는 또 우셨다. 그 어린아이가 얼음물에 빠졌으면 집에 데리고 오지 않고, 말이 뭐 대단한 것이라고 말을 치고 이제야 오느냐고...

이러고 보니 내가 어머니 속을 어릴 때부터 많이 썩힌 것 같다.

 

두 번째는

그 이후 7살 쯤 되었을 때 또 한 번 어머니를 놀라게 하였다.

삼밭 골(평팔2) 우리 집 앞 냇가에는 우리 밤나무 세 그루가 있었다.

그 중 밤알이 굵은 밤나무에 올라가서 놀았었다. 당시에는 별 놀이가 없어서 겨울에는 팽이치기. 연날리기 자치기 얼음지치기 등으로 놀았었는데 다른 친구가 없을 때는 혼자서 놀아야 하는데 나무타기를 좋아하였던 것 같다. 당시에는 세탁기란 이름도 들어보지 못할 때여서 빨래는 항상 개울의 찬물에 하였다. 당시 어머니들은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다. 어머니가 냇가에서 빨래를 하는 동안 냇가에 있는 밤나무에 올라갔다가 냇가로 수평으로 뻗은 가지에서 떨어졌다. 높이야 그리 높지 않았지만(2미터정도) 어머니 보는 앞에서 냇물에 첨벙하고 떨어졌으니 어머니는 얼마나 놀라셨겠나. 빨래방망이를 던지고 쫓아오셔서 나를 안고 집으로 데려가서 옷을 갈아입히고 물을 따뜻하게 해서 마시게 하였다. 그날 저녁 나는 매우 놀라서 헛소리를 하여서 며칠 동안 어머니 속을 태우게 하였다.

 

세 번째는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인 것 같다. 당시는 여름에는 소를 산으로 몰고 가서 소가 마음대로 풀을 뜯어 먹도록 하였다 점심을 먹고 나면 동네 아이들은 자기집 소를 몰고 계곡으로 줄을 지어서 갔었다. 나도 그 틈에 끼어서 어미 소에게 풀을 먹이러 산에 갔다가 오니 집에 있던 젖먹이 송아지가 어미 소를 보고 젖을 먹을 생각으로 반가워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바람에 송아지 줄에 감겨 내가 넘어져서 송아지가 나를 짓밟아버렸다. 온 몸에 멍이 시퍼렇게 들었으나 살았다.

막내고모가 나를 데리고 냇가에 가서 찬물로 깨끗이 씻어보니 크게 상처난 곳은 없었다. 그 때 창자라도 터졌더라면 죽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