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基燮, 少貧甚無料。 一日早, 婢兒踊躍獻七兩錢曰此在鼎中, 米可數石,
柴可數駄, 天賜天賜。 公驚曰是何金。 卽書失金人推去等字, 付之門楣而
待。 俄而姓劉者, 來問書意, 公悉言之。 劉曰理無失金於人之鼎內, 果天
賜也, 盍取之。 公曰非吾物, 何。 劉俯伏曰小的, 昨夜, 爲竊鼎來, 還燐家
勢蕭條而施之, 今感公之廉价, 良心自發, 誓不更盜, 願欲常侍, 勿慮取
之。 公卽還金曰, 汝之爲良則善矣, 金不可取, 終不受。 後, 公爲判書, 其
子在龍爲憲宗國舅, 劉亦見信, 身家大昌。
홍기섭, 소빈심무료。 일일조, 비아용약헌칠양전왈차재정중, 미가수석,
시가수태, 천사천사。 공경왈시하금。 즉서실금인추거등자, 부지문미이
대。 아이성유자, 래문서의, 공실언지。 유왈리무실금어인지정내, 과천
사야, 합취지。 공왈비오물, 하。 유부복왈소적, 작야, 위절정래, 환린가
세소조이시지, 금감공지염개, 량심자발, 서불경도, 원욕상시, 물려취
지。 공즉환금왈, 여지위양칙선의, 금불가취, 종불수。 후, 공위판서, 기
자재룡위헌종국구, 유역견신, 신가대창。
홍기섭이 젊었을 때 가난함이 심하여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지경이더니 어느 날 아침에 계집종 아이가 펄쩍 뛰
며 와서는 돈 일곱 냥을 바치며 말하기를, “이것이 솥 속에 있었습니다. 이만하면 쌀이 몇 섬이요, 나무가 몇
바리는 될 만합니다. 참으로 하느님이 주신 것입니다. 하느님이 주신 것이지요.” 하였다. 공이 놀래서 말하기
를, “이것이 무슨 돈인가?”하고, “失金人 推去”(돈 잃은 사람은 찾아 가라)는 등등의 글자를 곧장 바로 써서
그것을 대문 위 가로댄 나무짝에 붙이고 기다리니, 얼마 안 되어 성(姓)이 유(劉)인 자가 찾아와 글의 뜻을 물
었다. 공이 그것을 다 말해 주니, 유(劉)가 말하기를, “남의 솥 속에다 돈을 잃을 사람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과연 하늘이 주신 것인데 어찌 그것을 취하지 않으시는 것입니까?”하니, 공이 말하기를, “나의 물건이 아닌
데 어찌 가질 것이요.”하자, 유(劉가) 몸을 구부려 엎드리며 말했다. “소인이 어젯밤 솥을 훔치러 왔다가 도리
어 가세가 너무 쓸쓸한 것을 불쌍히 여겨 이것을 놓고 돌아갔더니 지금 공의 청렴하고 착함에 감복하여 양심
이 스스로 일어나니, 다시는 도둑질을 아니 할 것을 맹세하옵고, 늘 옆에서 모시기를 원하오니 그 돈을 취하
기를 염려하지 마시기 바랍니다.”하였다. 공이 곧장 돈을 돌려주며 말하기를, “당신이 선량하게 된 것은 참
좋으나 이 돈은 취할 수 없소.”하고 끝끝내 받지 않았다. 뒤에 공은 판서가 되고 그의 아들 재룡이 헌종의 장
인이 되었으며, 유(劉)도 또한 신임을 얻어서 몸과 집안이 크게 번창하였다.
(字義)
○少는 어릴 소.
○料는 헤아릴 료.
○婢는 계집종 비.
○踊는 뛸 용.
○躍은 뛸 약.
○鼎은 (다리가 셋인) 솥 정.
○柴는 땔나무 시.
○駄는 짐실을 태. 바리 태. “바리”는 말이나 소에 잔뜩 실은 한 나무짐을 말한다.
○卽(즉)은 바로, 곧장, 즉시의 뜻. 則과는 다른 글자임.
○書는 술어로는 “쓰다,” 명사로는 “글. 책”의 뜻이다.
○推去는 찾아가라는 뜻의 한 단어이다.
○付는 붙일 부.
○楣는 문미(門楣) 미. “문미”는 문위에 가로댄 나무를 뜻한다.
○悉은 모두 실. 다 실.
○盍는 어찌아니할 합.
○俯는 구부릴 부.
○竊은 훔칠 절. ?竊盜(절도).
○還은 부사로 “도리어”의 뜻.
○憐은 불쌍히여길 련.
○蕭는 쓸쓸할 소.
○蕭條는 한 단어로 “분위기가 매우 호젓하고 쓸쓸하다”는 뜻이다.
○廉은 청렴할 렴.
○价는 착할 개.
○誓는 맹서할 서.
○舅는 외삼촌 구.
○國舅는 한 단어로 임금의 장인을 뜻하는 말이다.
○見信: 신임을 얻다. “見+술어”는 피동형으로 쓰인다. “見死”하면 “죽다”의 뜻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