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6일
오늘은 아무도 화선지에 써야 되느니 붓을 어떻게 잡고 쓰라는 말을 하지않았다. 웬일일까? 몇 번씩 이야기를 하여도 듣지 않으니 하지 않는 것일까? 내가 쓰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다가 한 마디 한다. 잘 쓰네요? 평가를 하시는 것 보니 대단하십니다. 라고 응수하였다. 아마 어제 회장과 소헌 김만호선생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소문이 난 모양이다. 어제 대구의 서예맥을 이어 온 분들은 석재서병오로부터 죽농서동균의 맥을 이은 사람이 김만호선생이라는 이야기와 여초김응현선생, 초정권창륜선생을 묻기에 안다고 하였더니 그럼 서예를 몇 년 하였느냐 하기에 한 60년 하였다는 대답을 하였더니 자기들보다 더 많은 서예의 경력 때문에 말이 없는 모양이다. 오늘도 구성궁 용필편 102자를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두 번 임서를 하면서 分자가 잘 되지 않아 몇 번 써 보았다. 오전에는 나 혼자 쓰고 오후에는 다섯 사람이 쓰는데 모두가 행서를 쓰고 있었다. 회장은 대구시전 도록을 보고 쓰고 전동장이란 분은 난정서를 이여사와 배여사, 김총무란 분은 체본을 보고 쓰는데 반절에 그것도 한 자 쓰고 보고 한 자 쓰고 보고 하면서 종이를 두 자 정도 쓰고는 접고 쓴다. 접고 쓰는 것은 회장도 두 자 쓰고 접는 버릇이 있었다. 행서란 특히 맥이 통해야 되는데 장소가 좁으면 어쩔 수 없지만 넓은 서탁인데도 그렇게 쓰고 있었다. 행서의 본질을 잊어버린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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