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작교의 행보/글씨

★36. 오랜만에 붓을 들고(2009. 1. 9)

吳鵲橋 2024. 9. 7. 07:21

36. 오랜만에 붓을 들고(2009.1.9)
 다니던 직업훈련학교(출석만 하면 월 31만원을 주는 학교)도 방학을 하여서 시간이 있어서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가 우리 이웃동(효목1)사무실에서 무료로 서예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서 아침부터 가서 운림필방에서 편찬한 구성궁 예천명의 법첩 첫째부분인 용필법 102자를 임서해 보았다. 집에서도 가끔 해 보는데 집에서는 먹물이 여기저기 묻어서 빈 붓으로만 써보는데 역시 먹을 묻혀 쓴다는 것은 빈 붓으로 쓴는 것과는 다르다 . 안심복지관에서는 모두가 묵즙을 가져와서 써보기는 했지만 묵즙을 내가 사서 쓰기는 처음이다. 서산실에서 공부할 때 선생님께서 "가르치는 사람이 배우는 사람보다 공부를 더 많이 해야 된다"
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 말의 뜻을 이제야 절실히 느낀다. 배울 때는 잘 못 되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데 가르칠 때는 열 번을 바르게 하다가도 한 번만 잘 못 하면 큰 일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잘 안 되는 글자들이 있어서 한 번 써보고 싶었다. 그런데 회장이라는 사람이 또 글씨를 잘 쓰는 척 강의를 하려고 하기에 몇 마디 듣다가 그만 계속해서 썼다. 자세가 좋아야하고 붓을 바르게 잡아야하고 종이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3년이 지나면 3년동안 획만 긋던 놈이나 글씨를 쓰던 놈이나 책만 보던 놈이나 같게 된다는 것이다. 속으로 "바르게 잡고 바르게 쓰고 바르게 책을 읽고 자기 것으로 받아드려야지 잘 못 붓을 잡고 쓰고 책을 읽으면 평생을 써도 제대로 된 글자 한 자도 쓸 수 없다"는 사실은 모르고 하는 말 같았다. 지난해에는 담0서실에서 쓰려고 하니 원장이란 분이 너무나 엉터리여서 회비낸 한 달을 쓰고 안 썼는데 여기는 선생이 없는 줄 알고 그냥 혼자 좀 써보려고 하였더니 또 아는 체 떠드는 사람 때문에 시끄러워서 제대로 쓸 수 있을까 싶다. 자가 잘 되지 않아서 몇 번이나 관찰하면서 익혀서 겨우 모양을 갖추었다. 자세히 관찰해보니 집 면자의 윗 점획과 아래의 보일 시자의 중심선이 같지 않았다.그러니 중심이 잘 맞지 않는다. 집 면자의 점획의 오른쪽과 보일 시의 왼쪽을 맞추어야 자형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의 균형도 잘 되지 않는 자이다. 중심선이 윗 입구 자는 왼쪽으로 약간 옮겨져 있다. 그러니 아래 입구 자의 중심을 맞추어야 된다. 오전에 두 시간 오후에 세시간 다섯 시간을 하나하나 음미하면서 써보았다. 이렇게 음미하면서 한 부분(용필법)을 하루에 다 써보기는 오늘이 처음이다. 2일째 갔다. 첫 날이 금요일이라 토요일과 일요일은 동직원들이 근무를 하지 않아서 월요일인 오늘 나갔다. 오늘도 역시 많은 사람들은 없었다. 세 분이 오셨는데 한 분은 자기의 자랑만 늘어놓고 나 보고 화선지에 써야하고 먹을 조절할 수 있어야 입상할 수 있다는 등 온갖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러면서 붓을 잡지도 않고 가시고 한 분은 예절교육 때문에 오신 분이고 한 분이 쓰시는데 멀지감치 보니 도록에 있는 행서를 임서하고 계시는 것 같았다. 그러나 자세는 전혀 되어있지 않았고 붓 잡는 법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것 같았다. 신문지에 어제의 붓은 너무 털이 빠져서 획을 만들 수 없었는데 오늘은 다른 붓을 가져갔더니 그래도 아직은 쓸만하였다. 역시 용필편 102자를 한 번씩 썼다. 1133일째 가서 글씨를 쓰고 있으려니 회장이란 사람이 와서 또 떠들었다. 이번에는 글에 대한 이야기였다. 적벽부로 시작해서 귀거래사까지 들먹이며 글도 모르는 것들이 글씨를 쓴다고 하면서 계속 이야기를 하기에 언제 끝날지 모르고 시끄러워서 글씨를그만 썼다. 이번에는 또 초대작가란 분이 와서 신문지에 글씨를 쓰면 잘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화선지에 쓰면 잘 안 된다고 자꾸만 화선지에 쓰라고 했다. 그래서 요즈음 나오는 화선지가 중국지라서 질이 별로 좋지않고 화선지라면 오당지 정도는 되어야 된다고 했더니 오당지가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그러니 또 회장이란 사람이 종이에 대한 설명을 하기 시작하였다. 글씨마다 종이도 골라서 써야하고 산성지니 알카리성지니 하였다. 산성지와 알카리성지가 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오전 연습을 마치고 나오면서 이분들의 글씨 쓰는 자세를 잠시 관찰해보니 자세가 바르게 되어야 글씨도 바르다고 하던 분들의 자세와 집필법, 운필법이 하나같이 법대로 되지 않고 제멋대로였다. 속으로 자세나 바로잡고 좀 쓰지. 오후에 나갔더니 하루에 두 번 나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거나 말거나 또 한 번 구성궁 예천명의 법첩 운필법편을 한 번 쓰고 왔다. 그런데 또 화선지에 써야 글씨가 되느니 붓을 잡는데 세 손가락을 걸어 당기면 힘이 더 좋아진다는 둥 제멋대로 씨부렁 대는 사람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