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작교의 행보/나는 누구인가?

9)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吳鵲橋 2024. 9. 7. 10:43

9)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삼척에는 막내고모(지금묵호고모)가 소개해주시는 가게(과자상점)의 점원으로 가기 위함이었다. 물론 부모님들의 허락을 받고 갔다. 가기 전에 초등학교 6학년 담임선생님을 뵈옵기 위해 새벽에 길을 나섰다. 아침을 굶고(일부러 굶고 얻어먹는 연습을 하려고) 안동시 도산면 온혜리라는 곳을 찾아 가는데 정말 산골이었다. 가다가 배가 매우 고파서 어느 집에서 밥 좀 달라고 했더니 안 주더라. 여러 집을 거쳐 결국 예안초등학교 선생님 댁에서 식은 밥을 얻어먹고 그 학교의 분교장에 계시는 담임선생님을 만나러 가니 얼마나 첩첩산중인지 길가에 썩은 나무가 쓰러져 있고 종일 걸어서 저녁때가 되어서 담임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담임과 하룻밤을 같이 자고 처음으로 너도 사회인이니 술 먹어도 된다고 막걸리를 같이 마시고 돌아왔다.

 

그리고 며칠 지나서 삼척으로 가는 데 기차를 타고 영주에 가서 두 시간 정도 기다리다가 다시 강원도 가는 기차를 타고 갔는데 도계라는 곳은 석탄으로 인하여 냇물이 검을 정도로 석탄을 많이 생산하였다. 삼척에 내려서 상점에 찾아가서 보니 과자 (사탕, 유과 센페이 등)를 만들어서 파는 가게였다.

총무라는 직책으로 과자(유과나 비과) 만들어 내면 그것을 종이로 싸는 데 저울로 달아주고 무게대로 계산하여 돈을 지불하면서 과자도 팔고 하는 것이었다. 내가 달아주고 첫 달 임금이 많이 올라갔다. 그래서 주인에게 야단을 맞았다. 무게를 속이라는 것이다 .2킬로그램 되면 1킬로그램으로 기록하라는 것이다.

과자를 포장하는 사람들은 이웃 동네 아이들과 아주머니들로 겨우 초등학교 졸업하고 돈 벌려고 하는 데 ...

그리고 기술을 배우려 와 있던 어린애들은 임금이 없었다. 왜 안 주느냐?고 물어보니 기술 배우고 먹여주고 재워주는데 무슨 임금이냐?는 것이다. 나도 임금 결정도 하지 않고 두 달 있어보니 힘들어서 견딜 수가 없어서 나왔다. 내가 일하는 아이들과 방을 같이 사용하였는데 밤 12시까지 일하고 가게 문 12짝을 닫고 씻고 나면 새로 1시이다. 눈을 붙이고 자려고 하면 벨이 울린다. 새벽 4시만 되면 종을 방에 달아놓고 줄을 주인 방에서 당기면 종소리가 나게 되어있었다. 한창 나이에 4시간씩 잠을 자고 나면 잠도 부족할 뿐 아니라 고되기도 하였다.

 

장날이면 과자를 장차라는 차에 싣고 면 소재지 장으로 가서 파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 데 짐을 차에 실어 놓고 다음 날 무슨 일이 생겨서 내가 대신 가 보았다. 정말 신기했다. 장차란 트럭인데 거기에 짐을 가득 싣고 그 짐 위에 사람들이 타고 짐을 묶은 줄을 잡고(줄을 잡지않으면 차에서 떨어진다) 새벽에 갔다가 밤중에 오는 것이다. 정말 힘든 시기였기에 모두가 그렇게 살았었다.

어느 날은 정라진(삼척항의 어느 지명) 옛 정어리기름 짜던 공장에 가서 혼자서 벽돌을 한 차 싣는데 눈물이 저절로 흘렀다. 내가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는가 언젠가 이 곳을 떠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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