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월성)교육청으로 발령을 받고 학교를 알아보기 위해 교육청으로 갔더니 아예 이불과 옷가지를 싸가지고 학교로 가라는 것이다. 학교가 워낙 산촌이라 들어갔다가 나올려면 힘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그 때는 버스도 잘 없고 있다 해도 면소재지까지만 다녀서 양남 상계라는 곳은 벽지였다. 버스 다니는 도로에서 4길로미터쯤 걸어가야했다.
3월 1일 기차로 울산까지 가서 울산에서 버스로 들어가서 학교까지 가니 벌써 오후가 되었다. 이불보따리 하나와 옷가지를 넣은 가방하나가 전부였다. 한 손에는 이불 한손에는 가방을 들고 한 시간쯤 걸어서 학교를 찾으니 한 학년이 한 학급인 조그만 산촌학교였다. 학교 앞 가게 집에 짐을 맡기고 발령장만 들고 교무실을 찾으니 내가 오는 줄 알고 공휴일인데도 직원들이 출근해 있었다. 교장에게 인사를 하고 자취를 할 것인가 하숙을 할 것인가를 묻기에 하숙을 하겠다고 하였다. 학교 다닐 때 자취를 해보니 고생이 너무 많아 돈이 좀 더 들더라도 하숙을 하겠다고 하였더니 시골에서 혼자 사시는 집에 이야기를 하여 하숙을 하게 되었다. 집이라야 쓰러질 것 같은 초가집이라 자다가 가끔 지네가 방바닥에 기어 나오고 이름 모를 곤충들이 돌아다니기도 하였다.
그러나 어떻게 하랴...
그 학교는 제주도에서 온 선생님이 세 분에 일반대학을 나온 사람이고 정식 사범학교를 나온 사람은 나 하나뿐이었다. 그래서 아이들 언어상 1학년을 맡으라고 해서 그대로 맡았다. 있어보니 간첩이 얼마 전에도 나타난 곳이라서 해병대들이 쫙 깔려있었다. 여기서 2년을 보내는데 어촌 사람들이 생선을 바구니에 이고 아침마다 곡식과 바꾸기 위해 마을로 올라오기도 하고 저녁으로 숙직을 하다보면 동네 청년과 처녀들이 와서 사탕내기 화투도 치고 하던 시절이다. 그래서 어느 날 사탕을 사 와서 먹다가 사탕이 얼마나 야문지 쇳덩어리 같았다. 무슨 사탕이 이렇게 야무야고 가게주인을 욕하면서 먹다가 아무래도 쇳덩이 같아 뱉아 보니 내 이치였다. 이 두 대를 덮었던 산뿌라라는 쇠였다.
소풍을 바닷가로 전교생이 같이 가서 교직원들은 멍게를 뱃사람들에 한 가마니 부탁했더니 한 사람이 배를 타라는 것이다. 그 때는 양식이 없을 때이니 순수한 자연산인데 어디에 있는가를 보아놓고 주문을 받으면 들어가서 따서 오는데, 따서 오면 주문한 사람이 없을 때도 있다면서 한 사람이 볼모로 배를 타라는 것이다. 아무도 배를 타지 않으려고 해서 내가 탔다 나는 울릉도에도 있었고 술도 먹지 않아서 내가 탔다.
(이 때도 결핵약을 먹고 있어서 술 담배는 전혀 하지 않았다.)
30분정도 나가더니 배를 멈추고 물속에 들어가서 따는데 20분만에 한 가마니를 따서 돌아와서 직원들이 아무리 먹어도 다 먹지 못해서 까서 실에 꿰어서 가지고 온 일도 있었다. 그 때만 하여도 수산자원이 아주 풍부했다. 물곰 같은 물고기는 보기 싫다고 잡혀도 다 버리던 때였다.
그 해 12월 내년에 들어올 아이들을 조사하러 가는데 오후 수업을 마치고 갔더니 날이 저물어서 그 날 돌아오지 못하고 마을에 가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등교하는 아이들과 함께 오기도 하였다. (주민등록이 안 되었을 때라 직접 가서 조사를 하였다.) 얼마나 산속인지 알 수 있겠나. 갈 때는 물론 6학년이 공부를 마치면 오후 3시쯤 되니 그 아이들과 같이 갔는데 12월이라 해가 짧아서 동네에 이르니 이미 캄캄하였다.
이 학교에 근무할 때 교감이 월급을 타러가서 우리 전 직원의 월급을 잃어버린 사건이 벌어졌다. (이 때는 월급을 현금으로 주었음) 한 달 월급을 다 잃어버렸으니 어떻게 하나 안 받을 수도 없고 직원회의를 해서 반 만 받기로 하고 그 교감은 사표를 내어서 퇴직금으로 우리 월급의 반을 갚은 것이다. 옛날이야기이지 상상이 안 갈 것이다. 이렇게 2년을 보내고 건천학교로 전근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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