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교문화재

옛날 집의 형식과 종류(루, 정, 대)

吳鵲橋 2016. 2. 20. 10:28

(퍼옴)

옛날 집의 형식과 종류-
조선시대만 해도 건물마다 고유의 이름이 있었다. 경복궁, 덕수궁과 같이 궁궐에서부터 영남대, 부벽루, 월송정과 같이 지방 명승지의 건물에 이르기까지........또한 지방 관아의 건물은 물론이고 지체 높은 가문의 개별 건물에도 각기 이름이 있었다.
그리하여 건물의 이름만 들어도 그 건물의 성격과 형식(종류)을 짐작할 수 있었다. 건물의 이름 뒤에 따라 붙는 말들, 즉 대, 루, 정, 당, 각, 재 등을 통해 추측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 루, 정 등과 같은 건물의 이름들은 서로 어떻게 다른가를 살펴보기로 하자.


1. 집(平屋)-거주 목적
사람들이 거주하는 건축물을 모두 집(平屋-중국식 표현)이라 한다. 집은 한 칸, 두 칸, 세 칸 등으로 구분하는데, 기둥 위에 수평 부재인 보(架)와 도리(梁)를 걸쳐 공간을 만든다. 장방형 건물에서 기둥을 가로로 길게 연결한 것을 도리(梁)라 하고, 세로 방향으로 연결한 것을 보라고 한다. 도리는 처마도리, 종도리, 마루도리 등으로 구분하고, 보(架)는 들보와 중앙에 있는 대들보로 구분한다.
건물 규모는 대개 홀수 칸으로 짓는다. 일테면 삼 칸, 오 칸이 대부분이고 7칸 이상은 궁궐이나 귀족들의 집에서만 지었다. 일반 서민들이 살았던 초가 삼 칸은 부엌 한 칸, 방 두 칸이었다.
대개 북쪽의 건조하고 추운 지방에서는 단층으로, 남방의 습하고 따뜻한 곳에서는 2층으로 지었다. 벽의 재료는 지역에 따라 목재, 또는 벽돌을 사용하였다.
집의 종류는 신분에 따라 그 이름이 다음과 같이 구분 지었다. 


1)제왕이 살았던 집은 궁(宮), 전(殿)
2)귀족 또는 상류층의 집은 당(堂), 청(廳), 상(廂)
3)문사(文士)의 집은 재(齋), 관(館), 암(庵), 감(龕), 서실(書室), 정사(精舍), 산방(山房).
이들 건축물들은 대개 단층이었지만, 집 이름이 무슨 글자로 끝나는가에 따라 집의 성격을 알 수 있다. 말하자면 굳이 그 집에 방문을 하지 않아도 집 이름만 들으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집주인이 어느 정도의 지위에 있고, 집의 위치가 어느 곳에 있고, 집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에 대해서 짐작할 수 있었다. 물론 같은 성격의 집이라도 집 주인의 재력에 따라 규모, 장식, 재료 등이 다르고, 이로 인해 건물의 품위도 차이가 날 수 있다. 


2. 대(臺)
우리나라 전국의 명승지에는 ‘00대(臺)’라는 이름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해운대, 을밀대, 의상대, 태종대 등등........
그런데 그 대(臺)라는 곳에 가보면 대개 고풍스런 누각이나 정자가 있다. 또한 누각이나 정자의 현판에는 ‘00臺’라고 적혀있다. 이를 보고나면 은근히 ‘臺’의 정체가 알쏭달쏭해진다. ‘대(臺)’라는 뜻에는 주변 풍광을 바라보기 좋은 언덕을 뜻하는 줄 알았는데, 언덕 위에 지어놓은 누각이나 정자도 대(臺)에 포함이 되는 걸까, 하고 말이다. 대(臺)의 본래 뜻을 상고해 본다.
흙을 다져 높이 쌓아올린 것을 ‘대(臺)’라고 한다. 아득한 옛날에는 토성이나 기단을 만들기 위해 목재 틀 속에 한층 한층 흙을 퍼 넣고 달구질로 다져 벽체나 기단을 만드는 항토판축(夯土版築)공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중세 이후에는 기술과 재료가공의 발달로 인해 흙 대신 벽돌이나 석재를 사용하기도 했다. 말하자면, 성벽이나 기단을 내부는 흙을 채우더라도 벽돌이나 석재로 외부마감을 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만든 대(臺) 위에는 평평할 뿐 대개 건물이 없었다.


3. 루(樓)
대(臺) 위에 있는 건물은 애초에는 사(榭), 관(觀)이라고 불러다가, 나중에 루(樓)라고 불렀다. 예를 들어 성루(城樓), 각루(角樓), 종루(鐘樓), 고루(鼓樓) 등을 말한다.
누(樓)는 대 위에 지은 건물이다. 대가 멀리 바라볼 수 있는 노천의 전망대 성격이라면, 누(樓)는 그곳에서 풍우한설(風雨寒雪)을 피할 목적으로 지은 전망용 건물인 것이다.
성루, 각루, 종루, 고루도 모두 높은 곳에 우뚝한 건물이다. 따라서 성루나 각루에 있는 병사는 시야가 확 트인 곳에서 멀리까지 경계를 할 수 있고, 성벽 위에 종루나 고루 역시 종소리나 북소리도 멀리까지 울려 퍼질 수 있었다. 따라서 평지에 단층으로 지은 건물이나 시야가 가려져 있는 건물에 누(樓)라는 이름을 붙일 수는 없는 것이다.


4. 각(閣)
2층 이상의 건물을 ‘각(閣)’이라고 한다. 후세사람들이 ‘누(樓)’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이다. 주로 궁궐의 앞이나 주변에 부속 건물로 짓는다. 요즘에는 보통 누각(樓閣)이라고 부르고 있다. 단층으로 된 부속 건물을 ‘각(閣)’으로 부르는 것은 잘못이다.
각하(閣下)라는 말을 대통령에게 사용했듯이, ‘각(閣)’은 궁궐이나 고관대작이 이용하는 건물을 의미했다.


5. 정(亭)
한 칸으로 된 독립건물을 말한다. 평면을 보면 등변으로 된 다각형이고, 빙 둘러 처마가 있고, 가운데에 지붕이 솟아있다. 등변이 아니거나 처마가 일부분에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만약 2층 이상이라면 ‘각(閣)’이라고 불러야 한다.
한편 ‘정(亭)’을 자전에서 살펴보면, ‘잠시 머문다(停)’는 뜻이 있다. 즉 정자(亭子)에서는 일상의 스트레스를 피해 잠시 휴식을 취하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6. 헌(軒)
본래 궁궐의 앞뒤에 부속으로 지은 건물을 말한다. 그 형식은 단층집(平屋)과 비슷하다. 자전에 의하면 ‘헌(軒)’은 ‘대부 이상이 타던 수레’라는 뜻도 있다. 즉 ‘초헌(軺軒)’을 말한다.
또한 넓고 밝은, 창문이 있는 복도나 건물을 말하며 일반적으로 다관(茶館), 반관(飯館), 서재(書齋)의 이름에 붙이기도 한다.
한편, ‘헌(軒)’자에 수레(車)가 들어있는 것으로 보아 아득한 옛날에는 수레를 보관하던 집인지도 모른다. 자가용이 보편화된 요즘, 차고를 별도로 짓는다면 이 ‘헌(軒)’자를 붙여봄직하다.
참고문헌
-樂嘉藻, 中國建築史, 團結出版社, 2005
-新華大字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