論書賸語 11. 牓書 (1)

11. 牓書 (1)

 牓書須我之氣足蓋此書 雖字大尋丈 只如小楷 乃可指揮匠意

(방서수아지기족개차서 수자대심장 지여소해 내가지휘장의

有意展拓 卽氣爲字所奪 便書不成

유의전탁 즉기위자소탈 편서불성)

 

牓은 榜과 통한다. 題榜, 門榜, 牌榜 등이 있다. 牓書는 極大字인데 대부분 楷書로 쓰며 때에 따라서는 行書로 쓰기 때문에 매우 嚴正한 書이다. 牓書는 자기의 氣運이 書를 덮어버리듯이 해야 한다. 筆者의 氣運이 글씨 가운데에 있다고 하는 정도만으로는 안 된다. 書 全體를 氣運으로 完全히 덮어 쌀 정도로 되어야한다. 牓書는 멀리서 보는 것이다. 山門의 額 등은 일종의 야외음악과 같은 것이다. 氣運이 글자를 다 덮어버려 글자 밖의 大自然에까지 擴散되도록 해야 한다. 즉 氣力이 第一이다. 물론 荒凉한 氣運이 아니고 天地의 氣와 相通하는 氣運이어야 한다. 이렇게 되려면 尋丈(매우 큰 글씨)의 큰 글자라도 小楷를 쓰는 것 같이 筆을 움직여야 한다. 小楷를 쓸 때에 손이 글자보다 큰 만큼 牓書를 쓸 때에 글씨 크기에 비례한 큰 손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게는 될 수 없으므로 氣力만이라도 자신이 仁王像(금강역사)이 된 것 같은 기분으로 運筆하면 아무리 큰 글씨라도 細筆과 같이 쓸 수 있다. 큰 글자라고 해서 크게 쓴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卑屈한 글씨가 된다. 只如小楷의 뜻이 바로 이런 것이다. 匠意는 이렇게 하고 싶어 하는 기분이다. 그것을 지휘한다고 하는 것은 기분에 따라서 필을 움직여나가는 것이다. 有意展拓이란 筆을 展開해 나가는데 作意가 있는 것이다. 방서뿐만 아니라 글씨는 氣가 第一이다. 큰 글자로 되면 될수록 더욱 관념에 빠지게 되기 때문에 氣力이 글씨를 덮어 쌀 정도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