渴時一滴은 如甘露요 醉後添盃는 不如無니라
갈시일적은 여감로요 취후첨배는 불여무니라
목마를 때 한방울의 물은 단 이슬과 같고,
술 취한 후에 잔을 더하는 것은 아니함만 못하느니라.
(字義)
○渴은 목마를 갈. ?渴症(갈증), 渴望(갈망).
○滴은 물방울 적.
○添은 더할 첨. ?添加(첨가), 添附(첨부), 錦上添花(금상첨화).
○盃는 잔 배. 杯가 본자(本字)이고 盃는 속자(俗字)이다.
酒不醉人人自醉요 色不迷人人自迷니라
주불취인인자취요 색불미인인자미니라
술이 사람을 취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취하는 것이요,
여색이 사람을 미혹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미혹되는 것이니라.
(字義)
○4.3 4.3으로 끊는다.
○色은 여색(女色)을 가리킨다.
○迷는 미혹할 미. ?迷路(미로), 迷惑(미혹), 迷兒(미아).
公心이 若比私心이면 何事不辨이며
道念이 若同情念이면 成佛多時니라
공심이 약비사심이면 하사불변이며
도념이 약동정념이면 성불다시니라
공정한 마음을 만약 사심(私心)에 견주듯(비하듯) 하면
무슨 일인들 분별하지 못할 것이며,
도념(道念)을 정념(情念)과 같이 하면
성불(成佛)을 해도 여러번 하리라.
(字義)
○比는 견줄 비. 비할 비. 比較(비교).
○辨은 분별할 변.
○道念은 道에 대한 일념이고,
情念은 사사로운 정에 이끌리는 마음이라 하겠다.
○成佛은 “부처가 되다”의 뜻으로 한 단어로 쓰인다.
이 때 “成+명사”는 “~을 이룬다”는 뜻 보다는,
“~이 되다”의 뜻으로 의역하는 것이 좋다.
濂溪先生 曰,
巧者言하고 拙者黙하며 巧者勞하고 拙者逸하며
巧者賊하고 拙者德하며 巧者凶하고 拙者吉하나니
嗚呼라 天下拙이면
刑政이 撤하여 上安下順하며, 風淸弊絶이니라
렴계선생 曰,
교자언하고 졸자묵하며 교자노하고 졸자일하며
교자적하고 졸자덕하며 교자흉하고 졸자길하나니
오호라 천하졸이면
형정이 철하여 상안하순하며, 풍청폐절이니라
염계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교자는(巧者, 재주만 부리는 사람은) 말을 잘하고,
졸자는(拙者, 의미상 속으로 덕을 갖추고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는 사람은) 말이 없으며,
교자는 수고롭고 졸자는 편안하다. 교자는 도둑이요,
졸자는 덕인(德人)이며, 교자는 흉하고 졸자는 길하니라.
오호! 천하가 졸하면 형벌과 법이 철폐되어 위로는 편안하고
아래로는 순종하니, 풍속이 맑아지고 폐단이 끊어지리라.
(字義)
○염계(濂溪) 선생은 송(宋)나라의 유학자 주돈이(周惇頤).
○이 글은 다분히 도가적(道家的)인 색채가 강하다.
도가(道家)에서는 지혜와 작위적인 가치관을 부정하고,
무위(無爲)의 상태에서 소박하고 졸박하게 살아갈 것을 주장.
이 글에서도 졸박한 삶을 강조하며 또한 법이나
형벌 같은 인위적인 정치를 부정하는 말이 실려 있다.
이 글에서 巧者는 유학자들을 가리키고,
拙者는 도가의 성인(聖人)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면 어떨까?
주렴계(周濂溪) 선생이 대 유학자라는 점을 감안해 보면
이 글은 좀 파격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유가(儒家)나 도가(道家), 두 사상이 결국
지향하는 궁극점은 무위이치(無爲而治)의 정치이며,
다만 그 방법론을 달리할 뿐
상호 보완적인 사상 체계라는 점에서는 동일한 면도 있다.
○巧는 재주 교.
○拙은 졸할 졸.
○逸은 편안할 일.
○賊은 ①도둑 적. ②해칠 적. 이 글에서는 ①의 뜻이다.
장자(莊子)는 그의 저서에서 유학자들을 도둑에 비유하여
비판한 일이 있다.
즉, 유학자들은 사람을 무위(無爲)의 상태에서 자연의 일부가
되어 살아 가도록 하지 않고 온갖 인위적인 가치관들,
예를 들면 인의예지(仁義禮智)와 같은 덕목들을 만들어 내어
인간을 자연으로부터 괴리시키며 따라서 자연스럽지 못한
삶으로 몰아넣는 도둑떼들에 비유한 일이 있다.
○嗚呼(오호)는 감탄사이다.
즉, 뜻이 있는 글자가 아니라,
감탄하는 소리를 나타내는 글자이다.
○刑은 형벌 형.
○政은 ①정치 정. ②정치를 위한 온갖 법과 질서를 뜻하기도 한다.
○撤은 거둘 철. ??撤廢(철폐).
○弊는 폐단 폐. ??弊端(폐단), 民弊(민폐).○絶은 끊을 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