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작교의 행보/나는 누구인가?

10) 첫발령

吳鵲橋 2024. 9. 22. 07:13

10) 첫발령

그러다가 봄이 끝나갈 무렵인 4월 중순 경 울를도로 발령이 났다는 등기 우편을 받아보니 51일자 발령이었다. 그 날부터 준비를 하였다. 난생 처음으로 가다마이라는 양복도 안동에 가서 맞추고 이불도 하나 만들고 속옷도 몇 벌 준비를 해서 포항으로 떠났다. 떠나기 전에 할아버지 네 분에게 인사를 올리고 대소가 모든 분들에게 인사를 하였다. 큰 할아버지께서는 출석을 부를 때 남의 아이들 이름을 바르게 불러라고 하셨다. 당시는 출석부가 한자로 되어 있었다.

(큰할아버지께 한 자를 배운 일이 있어서)

아버지께서는 물을 바꾸어 먹으면 배탈이 날 수 있다고 마늘을 몇 통 넣어주셨다. 큰 오촌 숙부님께서는 객지에 가면 여자를 조심하여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포항에 있는 최무석(동생 탁이 친구)에게 연락을 해서 배를 알아보고 배가 포항에서 42817시에 출항한다는 전날 포항으로 내려갔으나 배가 출항하지 않아 무석이 집에서 잤다. 그때는 금파호(목선 150톤 정도) 천양환(화물선 100톤정도) 영풍호(화물선 100톤정도) 세 척이 있었으나 사람을 태우는 배는 금파호가 유일했으나 30명 정도 밖에 태우지 못하였다. 나날이 부두에 나갔으나 배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기 때문에도 가지 않지만, 화물 위주이기에 화물이 가득 차지 않으면 출항을 하지 않았다. 1주일 후에 난생 처음으로 배를 타고 오후 5시에 출항을 해서 울릉도에 17시간 정도 걸려서 다음 날 아침 9시경에 도착을 하니 또 작은 배에 옮겨 타고 내렸는데 교육청에 들리니 내 발령장이 아직 도착을 하지 않아서(나는 바로 교육청으로 가고 서류는 우체국을 통해서 가니) 어느 여관방에 기다리게 해서 (교육청부근에 다방이 없어서 ) 교육청 직원 한 사람과 기다리니, 한 참후에 우체국에서 우편물을 찾아와서 발령장을 찾아왔다고, 오라 해서 교육청에 들리니 북면 현포초등학교에 발령이 났다고 교육청 직원 한 사람과 걸어서 현포까지 가니 벌써 날이 어두웠다. 마을에 도착하니 학교로 연락을 해서 교사 한 사람이 나와서 여관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 날 학교에 갔더니 5학년 담임을 하게 되었다.

다음 날 사택을 배정 받았다. 울릉도에는 각 학교마다 사택이 있었다.

그래야 육지에서 온 선생들이 생활을 할 수 있으니 울릉도에 있는 선생도 다른 학교로 가면 생활을 하여야 하니까...

 

51일자로 발령을 받고 그 해 516일 군사혁명이 일어났다.

그러다가 현포에서 가장 부자라는 집의 둘째 딸(당시 6학년,지금의 아내) 가정교사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 때 아내는 6학년이고 중학교 입학시험이 있을 때이고 아마 육지로 중학교를 보내고 싶었던 것 같다. 어쨌든 그렇게 생활을 하다가 여름방학이 되어서 집에 가겠다고 하니 학교에서 보내주지를 않았다. 왜냐하면 육지에 가서 다시 안 들어 올 것 같아서 그 때는 한 번 나가면 안 온 사람도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내가 하숙하고 있는 집 어린이 둘 (지금의 아내와 큰 처남 당시 2학년) 을 데리고 간다니 허락을 해주어서 데리고 나와서 우리 집에서 막내 동생과 같이 놀다가 내 모교인 사범학교에 가니 과학 선생님이 제자의 제자가 왔다고 과학실에서 영화도 보여주고 학교선생님들이 울릉도 아이 어떻게 생겼느냐고 모여들었다. 그 때 서울의 궁궐과 불국사를 구경시키고 방학 마치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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