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류석부전(江流石不轉)
강물은 흘러도 그 안의 돌은 물결 따라 이리저리 구르지 않는다는 뜻으로, 제갈공명(諸葛孔明)의 팔진도(八陣圖) 중에 있는 말로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江 : 큰 내 강 流 : 흐를 류 石 : 돌 석 不 : 아닐 불 轉 : 구를 전
두보의 시는 일상생활에 바탕을 둔 사실주의 성격을 띤다. 그의 시는 음악적이면서 운율의 제약이 심한 율시(律詩)가 대부분이며, 풍부하고 다채로운 형식과 내용을 가진 율시의 시형을 정착,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두보는 시사(詩史)로 불릴 만큼 시로 역사를 기록하여 사회성이 농후한 서사시에서 많은 명작을 남겼다. 두보와 이백은 당시(唐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며 때로는 이백을, 때로는 두보를 우위에 두기도 하지만 후대에 와서 시를 학습할 때에는 이백에 비해 두보를 훨씬 더 애호했던 게 사실이다.
八陣圖(팔진도)/두보(杜甫) 功蓋三分國(공개삼분국) : 공은 삼국을 뒤덮고 名成八陣圖(명성팔진도) : 명성은 팔진도로 이루었다 江流石不轉(강류석부전) : 강물은 흘러도 돌은 굴러가지 않고 遺恨失呑吳(유한실탄오) : 오나라를 삼키지 못한 실수가 한남기네.
두보(杜甫)의 시 가운데 팔진도(八陣圖)라는 제목의 오언절구(五言絶句)가 있다. 여기에 보면 명성팔진도(名成八陣圖) 강류석부전(江流石不轉)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제갈공명의 명성은 팔진도 때문에 널리 알려졌고, 강물은 흘러도 (그 팔진도를 만들 때 사용하였던) 돌들은 굴러가지 않고 아직 남아 있다는 뜻이다.
팔진도(八陣圖)는 전쟁 시에 군사를 배치하는 형태를 그려 놓은 것이다. 제갈공명은 이 팔진도를 강가에다 돌들을 사용하여 모형으로 만들어 놓았고, 두보가 살아 있을 당시만 해도 이 팔진도 모형이 아직 보존되어 있었던 것 같다.
공명은 어느 시간대에 어느 공간이 나에게 유리하고 불리한가를 다루는 기문둔갑(奇門遁甲)과 같은 진법(陣法)에 정통했던 인물이다. 그 대표적인 작품인 팔진도가 진법 교과서로서 당대에 유명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두보의 팔진도(八陣圖) 시구(詩句) 가운데에 후세인들에게 특히 회자되었던 구절은 강류석부전(江流石不轉)이다. 이 대목은 조선후기 전주(全州)의 아전(衙前)들이 자주 애송했다고 전해진다. 아전은 중인 계층이다. 사또가 부르면 얼른 달려와야 하는 직책이다.
전주는 아전 계층의 뿌리가 강했다. 고려가 망하자 그 유민(遺民)들 일부가 조선조에 출사하지 않고 물산(物産)이 풍부한 전주에 눌러 앉으면서 중인 계층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말하자면 자존심이 강했던 아전들이었다.
신임 사또가 부임해서 아전들을 심하게 구박할 때마다 서러움을 당하던 아전들은 마음속으로 강류석부전을 읊조리곤 했던 것이다. 사또는 잠깐 있다가 조금 있으면 떠나는 존재다. 흘러가는 강물과 같다.
하지만 아전들은 강 속에 박혀 있는 돌과 같아서 강물이 아무리 흘러가도 돌은 뽑히지 않는다고 생각하였다. 참고 기다리면 된다는 의미다. 강(江)과 돌(石)은 양반과 중인, 권력자와 비권력자(非權力者)를 상징하는 표현으로 자주 사용되었던 것이다.
80년대 독재정권에 투쟁하던 운동권 인물 가운데서도 종종 이 강류석부전 구절을 인용하던 것을 본 적이 있다. 정권과 언론의 관계도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권은 지금 당장 현존하는 권력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흘러가기 마련이다. 정권은 강물이고 언론은 차돌이다.
이수광(李睟光)의 지봉유설(芝峯類說) 잡설(雜說)에 보면 이러한 이야기가 나온다. “조남명(남명 조식)이 이르기를, ‘조선은 이서(吏胥) 때문에 나라가 망할 테니 가히 통절(痛切)하다.’고 하였는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이서의 해가 자심하다. 관원이 된 자는 아침에 바뀌고 저녁에 갈려서 자리가 따뜻해질 겨를이 없는데 서리의 무리는 어려서부터 늙을 때까지 일을 맡아 마음대로 하며 조종하고 신축(伸縮)하는 것이 전적으로 그 손에 있어 장부를 조작하거나 재물을 도둑질할 뿐만이 아니다. 세속에서 이를 일러 강물은 흘러도 돌은 구르지 않는다고 한다.”
강물은 흘러도 돌은 구르지 않는다는 한자적 표현이 강류석부전(江流石不轉)이다. 수령은 갈리어도 그 밑에 있는 아전들은 바뀌지 않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것이 어찌 조선시대에만 해당하는 문제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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