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008년 7월 17일 )들어 온 사람은 글씨를 꽤 써본 사람이다. 30여년전에 상록 서실 권혁택씨에게 안진경의 글씨를 배웠으며 학정선생에게도 배웠다고 한다. 학정은 누구인지 나도 모르겠다. 현재는 4군자를 배우고 있다는 겻이다. 그래서 무엇을 배우고 싶으냐고 물으니 선생님이 시키는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안진경을 익혔으니 구양순의 글씨를 배워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해서 구성궁예천명을 써보기로 하고 가로획과 세로획 긋기를 해보았다. 준비를 제대로 해왔다. 붓도 두 자루 준비해 왔는데 한 자루는 조금 작아서 큰 붓으로 하도록 하고 처음 시작하는 기분으로 하자고 다음 올 때는 화선지 말고 4절지 선화지를 가져오라고 하였다.
붓글씨를 처음 배우는 사람은 선화지에 먼저 쓰고 어느정도 익숙해졌을 때 화선지를 쓰는 데 요즈음 나온 화선지는 도대체 먹발을 받지않아 초보자부터 쓰이고 있는 모양이다. 30-40년전 오당지 같으면 한 획도 그을 수 없었을 것이다. 거기다가 먹도 갈아서 쓰는 것이 아니고 묵즙이라는 화학약품을 가지고 쓰고 있으니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 화선지도 제대로 안 나오고 먹도 아니 묵즙으로 쓰니 먹발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듯이 쓰고 있다. 나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 바르게 가르치려고 하면 당신은 왜 유별나게 하느냐?고 반문한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설명을 해도 듣지 않는다 다른 선생님은(다른 서실은) 다 허용하는데 당신만이 못 쓰게 하느냐?는 것이다.
글씨란 자기 수양인데 수양은 어디가고 그저 종이조각(상장) 한 장 타기 위한 수단 정도로 생각하는 추세다.
그러나 나는 일단 물어는 본다 무엇 때문에 글씨를 쓰려고 하느냐?
대답은 자기 수양이라고 하면서 행동은 그렇지 않다 진도가 조금만 늦으면 누구는 나보다 늦게 시작했는데 진도가 빠르다고 한다. 획은 되지 않으면서 진도만 나가려고 한다.
오늘 들어 온 사람에게도 획을 그으면서 천천히 하라고 하고 물어보니 제가 성질이 좀 급해서요 한다.
그래서 서예는 남을 위한 것이 아니고 자신의 인내심을 실험하듯이 해야한다고 말해 주었다.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은 하면서 획이 그냥 지나가고 있었다.(서산선생님의 말을 빌리면 날아가버렸다.)
좀 더 두고 보아야할 일이다.
★. 9월 11일 촬영( 제일 앞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