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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받고 하는 주례는...

吳鵲橋 2016. 5. 17. 08:25



돈을 받고 하는 주례는...


지난 금요일 친구인 최사장과 만나서 바둑 한 판을 두기로 하고 철마식당에서 만났으나 바둑판이 없어서 점심만 먹고 황금복지관에 갔다.
또 한 친구를 만나서 오랜만이라고 저녁을 코다리찜으로 해서 먹으면서 이 친구가 요즈음 공부를 많이 한다고 하면서 책상에 옥편 영한사전 등을 놓아두고 공부를 하다보니 마누라에게 70이 넘어서 무슨 공부냐는 핀잔도 듣는다면서...
공부한 이야기를 하는데 많이 한 모양이다.
어미 母자가 몇 획이냐?고 물었다.
친구가 5획이라고 하니 5획이 아니고 4획이란다. 왜 그러냐고 하니 계집녀 안에 점이 두 개가 아니고 한 획으로 내리그어야 한다고 한다. 그것은 아닌데 싶어도 시비하기가 싫어서 나는 듣고만 있었다.(어미 모자는 여자가 성인이 되어서 젖 꼭지가 생겼다는 뜻에서 만든 글자이다. 젖꼭지가 두 개이어야지 한 개면 신체적으로 이상이 있는 것 아닌가?)
아마 없을 毋자와 혼동한 모양이다. 없을 무자는 4획이다.
비슷하지만 어미 母자는 두 점을 찍은 것이고
없을 毋자는 세로로 한 번에 긋는다.
그 다음에는 버릴기 자를 써 보라고 하더니 혼자서 써보면서 인간 세가 아니란다.
버릴기자 중간에 들어가는 자를 말 하는구나라고만 생각하였다.
가장 획수가 많은 자는?
듣다보니 한 가지도 대답 안 하면 바보가 될 듯 하여 용 용자 넉자를 모은 글자라고 하였다. 그랬더니 몇 획이냐고 묻기에 64획이라고 하니 또 설명이 많다. 용 용자가 16획인데 17획이라고들 한다고 17획이면 64획이 안 되잖나?
다음에는
주례 선 이야기를 하면서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5복이야기에 이어서
身體髮膚受之父母不敢毁傷孝之始也
다음 구절은 얼부무렸다.
立身行道揚名後世以縣父母孝之終也이다.
전에는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니 공부를 하기는 많이 한 모양이다.
헤어져서 먼저 만났던 친구와 나오면서 버스정류소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이 친구가 하는 말이 박선생은 되로 공부해서 말로 써 먹고 오선생은 말로 공부해서 되로 쓴다고 하기에 그렇지 않다 나는 그렇게 많은 공부를 하지않았고 박선생은 지금도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으니 많이 알게 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것은 조금 다르다.
주례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명사가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감히 명사라고 할 수 있는가?
어떤 유명한 대학교수는 제자들이 주례를 부탁하여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면 제자쪽은 알지만 상대방쪽은 모를 뿐만 아니라 요즈음 세태를 보면 언제 헤어질지도 모르는 사람을 앞에 놓고 평생 잘 살아라고 할 자신이 없고
헌 신랑인지 헌 신부인지조차도 모르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않아서란다.
나도 내 제자가 주례를 부탁하였을 때 거절한 사실이 있다
내가 과연 그런 자리에 설 수 있는 인물이 될 수 있는가를 먼저 생각해보니 도저히 그런 자리에 설 인물이 아님을 스스로 알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양가 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주례를 무슨 얼굴로 할 수 있는 것인지 기계적으로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그 주례를 듣고 평생동안 신랑신부가 기억을 하고 살아가는데 지침이 될 수 있는 말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형식적으로 앞에 세워놓은 요식행위의 대상일지는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다.
나는 후자라고 생각한다. 양가 모두 아무런 연관이 없는 돈을 받고 하는 주례는 형식적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차라리 자기집 청소부를 주례로 세운다는 서양의 이야기가 더 마음에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