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무 잎
허은선의 우리 약초 이야기 (2)생강나무
잔가지·잎달여마시면 산후풍·산후통에 ‘명약’
생강나무 잎과 잔가지를 씹어 보면 알싸한 맛에 생강냄새가 은은하게 난다. 일반적으로 뿌리를 향신채소로 먹는 그 생강은 아니지만, 잎과 줄기를 비비거나 씹으면 생강향이 난다고 해서 생강나무라 부르게 됐다. 봄을 가장 먼저 알린다고 해서 영춘화(迎春花), 노란 꽃이 단을 쌓은 것처럼 층층이 피었다고 해서 단향매(檀香梅), 나무껍질이 몸을 따뜻하게 해 몸에 바람 들어오는 것을 막아 준다 하여 삼찬풍(三鑽風)이라고도 한다.
열매는 색깔이 세번 변하는데, 초록색에서 붉은색으로 변했다가 늦가을엔 다시 검은색으로 변한다. 초록색 열매는 간, 붉은색 열매는 심장, 검은색 열매는 신장에 작용하기 때문에 익는 시기에 따라 열매를 발효해 음료로 먹으면 건강에 좋다. 동백나무가 자라지 않는 중부 이북 지방에서는 이 검은 열매를 기름으로 짜서 동백기름 대신 바르기도 했다. 그래서 지역에 따라서는 생강나무를 동백나무라 부르기도 한다. 김유정의 단편소설 <동백꽃> 속 동백꽃 역시 알싸하고 향긋한 향이 났다는 구절 등으로 미루어 생강꽃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생강나무는 여성들의 산후풍과 산후통에 명약으로 꼽힌다. 물 2ℓ에 생강나무 잔가지와 잎 30g, 잔대 20g, 노박덩굴 10g, 겨우살이 20g을 함께 달여 먹으면 뼈를 튼튼하게 하고 몸을 따뜻하게 해 임부와 산부 모두에게 좋다. 발목이나 허리를 삐끗했을 때도 달여 마시면 부기가 빨리 가라앉고 통증도 사라진다. 간염·지방간·황달에는 물 5ℓ에 생강나무 잔가지와 잎, 찔레나무 뿌리, 머루덩굴, 헛개나무 잔가지나 열매, 연전초를 각 20g씩, 개똥쑥 15g, 흰 민들레 10g을 넣고 달여 마신다. 위의 약초들은 겨우살이만 빼고 나머지는 모두 그늘에서 말려서 사용한다. 약초를 달일 땐 100℃로 한소끔 끓인 뒤 약한 불에서 40분 정도 더 달이고, 너무 진하면 물을 더 부어 입맛에 맞게 마신다.
생강나무의 어린순은 아홉번 덖고 아홉번 말리는 과정을 거치면 검푸른색의 작설차(雀舌茶)로 변신한다. 차나무를 보기 어려운 중부 이북에서는 생강나무로 작설차를 만들어 마셨다고 전해진다. 혀끝을 휘돌아 감싸는 생강향과 연한 레몬향이 독특하고 부드러워, 녹차 작설차와는 또 다른 신선한 풍미다. 지금은 모두 졌지만, 내년 초봄엔 병아리색 꽃을 꿀에 재거나 설탕에 버무렸다가 따뜻한 물에 타 마셔 보자. 그윽한 향에 누구나 시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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