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가 붓글씨를 배우게 된 것은 아버지 덕이었다. 5-6세라고 기억한다. 시골의 사랑방에서 겨울에 문을 활짝 열어놓고 꿇어앉아 천자문을 읽은 것이 곧 붓글씨를 쓰게 된 것 같다. 천자문이라야 몇 줄 정도 읽었겠지 책을 다 읽은 기억은 없다. 사랑방이 곧 아버지가 늘 계시던 방이고 손님이 오시면 주무시고 하시던 방이었다. 아침이 되면 손님의 세숫물을 떠다 드리고 하였다. 아버지책상(앉은 책상)위에는 벼루집이 있어서 붓글씨를 쓸 수 있도록 되어 있었고 겨울에는 글을 읽었지만 여름이 되면 농사일이 바빠서인지 한문을 읽지 않았다. 그러면 아버지께서는 비료포대(돌가리포대)라고 하던 누렇고 두꺼운 종이 혹은 신문지 조각에 (종이모양도 일정치 않고 찢어졌으면 찢어진 대로) 한(漢)자를 몇 자 써 놓으셨다.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