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에서(글씨)

물을 소주병에 담아도 소주는 될 수 없다

吳鵲橋 2017. 10. 13. 11:22



물을 소주병에 담아도 소주는 될 수 없다.


며칠 전 효목1동 서실에서
총무라는 분의 이야기가 000는 해서는 하나도 못 쓰지만 행서는 잘 써서 초대작가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행서라는 것이 해서를 바탕으로 쓰는 것이지 해서를 못 쓰는데 행서만 잘 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해서는 서 있듯이, 행서는 걸어가듯이. 초서는 달리듯이 쓰라는 서론이 있다.
더욱이 행서 쓰는 법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해서를 바탕으로 하여야 한다는 말도 있다.
말하자면 서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걸을 수가 있느냐?
그것은 모르는 사람이 보니 잘 쓴 것처럼 보였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대로 글씨 공부를 한 사람이라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짐승은 네 다리로 가는 것을 걸어간다고 하지만
사람은 네 다리로 가는 것을 걸어간다고 하지 않고 기어간다고 한다.
그러니 짐승의 세계에서 보면 걸어가겠지만
사람의 세계에서 걸어가는 것은 일어 선 다음에 두 다리로 가는 것을 말한다.
조화와 생화가 다르고 물과 소주가 다르다
생나무 가지와 마른나무 가지는 같은 나무이지만 느낌은 다르다.
살아있는 지렁이와 죽은 지렁이는 같은 지렁이지만 전혀 다르다.
그러나 언뜻 겉만 보면 조화와 생화가 구분 안 되고 물과 소주가 구분 되지않는다.
물을 소주병에 담았다고 해도 소주는 될 수 없다.
글씨도 같은 이치라고 본다.
살아있는 글씨를 써야지 죽은 글씨를 써서는 안된다.
조화와 생화가 다른 것은 생화는 향이 있고
물과 소주가 다른 것은 소주는 주정이 있듯이
서예(써 진 글씨) 와 서사(그린 글씨)도 다르다
서법에 맞게 쓴 서예는 살아있고 서법을 무시하고 쓴 서사는 죽은 글씨라는 생각이다.

필봉을 잘라서 쓰는 사람

어제 오후 효목1동 서예실에서 글씨 연습을 하고 있다니 앞에서 쓰고 있던 배씨가
선생님 이 붓으로 글씨 한 번 써보세요 하기에
왜요 하니 붓끝이 너무 뾰족하다고 00선생에게 말하였더니 붓끝을 잘랐다는 것이다.
받아보니 무엇으로 잘랐는지 필봉이 없어져버렸다.
써보니 끝이 나오지 않았다. 당연히 나올 수 없게 된 것이다.
40여년전에 글씨를 배우려 다닐 때
대구에서는 아주 유명한 학원 원장이 퇴필은 버리지 말고 두었다가 전서 쓸 때나 한글
판본체 쓸 때 사용하면 좋다는 말을 하더라고 친구가 전해주는 것을 들은 적은 있지만
일부러 필봉을 잘라버린 것을 내 눈으로 보기는 처음이다.
잘라버린 사람도 서예학원을 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전서이든 판본체든지간에 필봉을 잘라 사용한다는 것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12일에는 은행에 들렸다가 간다고 신문지를 가져 가지 않았더니 동료 한 사람이 신문을 내가 줄테니 쓰지 않는 화선지 한 묶음을 달라는 것이다. 농담인줄 알고 그러마,하고 신문을 받아드니 화선지를 달라는 것이다. 가져가라고 하니 직접 내손으로 집어달라고 하여 농담이 아니었구나 싶어서 집어주었다.
이 화선지는 연초에 동사무소에 사 준 것이다.
그런데 나는 신문지에 쓴다고 사용하지 않아서 그대로 있었던 것이다.
내가 신문지에 쓰는 것을 이 사람들은 화선지에 쓸 줄을 몰라서 안 쓰는 줄 알고 있는 모양이다.
사실은 모전이 모전이 아니라 나이롱으로 된 것이어서 뻐덕뻐덕하고 흡수가 전혀 되지않아 화선지를 놓고 글씨를 쓸 수 없어서인 줄을 모르기 때문인 것 같다.
왜 이런 것을 모전으로 깔았는지 모르겠으나 내 서실도 아니고 내가 주관하는 곳도 아닌데 이러니 저러니 말할 필요를 느끼지 않아서 그냥 신문지에 연습을 하고 있는 중이다, 금년 말이나 내년 연초에 서실이 제대로 된 곳으로 옮길 생각을 하고 있다.


'싸이월드에서(글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양화 보는 법  (0) 2017.10.14
오랜만에 서산 선생님을 만났다.  (0) 2017.10.13
글씨 교정중  (0) 2017.10.11
서에세상 답사의 후기 부문 입상 상품  (0) 2017.10.08
孟子의 三樂  (0) 2017.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