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작교의 행보/글씨

어느 추천작가의 초청을 받고...

吳鵲橋 2017. 8. 20. 17:03

2017년 8월 19일 토요일

아침 효정이라는 분의 전화를 받았다.  오늘 오후 3시에 자기의 글씨를 좀 보아달라는 부탁이었다. 1개월여전에 동대구역에서 만나 차 한잔을 하면서 폰에 글씨를 촬영해 온 것을 보여주면서 좀 보아달라는 것을 글씨가 작아서 잘 보이지않을 뿐 아니라 내눈에는 못마땅하여서 원본을 보면 어떻게 좀 이야기가 될지 모르지만 이것으로는 말하기가 어렵다고 하였더니 집으로 와서 원본을 보라는 뜻이었다.

이분을 알게 된 것은 1년전 동구평생학습 서예작품전시회에서 만나서 글씨 이야기를 하다가 통성명을 하니 종씨여서 지금까지 1개월에 한번정도 전화로 글씨 이야기를 하여온 분이다.

글씨 이야기라니 한번 들어보고 싶어서 찾아갔더니 거실부터 온 집안이 글씨와 관계있는 것들이었다. 거실의 벽에는 거의 작품이고 다른 방 한칸은 서예용구들로 채워져있었다.

우선 커피 한잔을 마시고 나니 도록을 보여주는데 글씨가 안진경풍의 글씨인데 거의 반절로 된 입상작품을 소개해주었다. 말하자면 글씨 자랑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거기에다 텔레비전위에는 작가상장이 있었다. 속으로 얼마나 자랑이 하고 싶었겠는가...작가까지 되었는데...

도록을 보다보니 낙관글씨보다 낙관인이 너무 작아서 낙관인이 하나뿐이지요 하니 그렇다면서 어떻게 알았느냐고 되묻는다... 그래서 여기 낙관인이 그렇게 말하더라고 농담을 하고 말았다.

낙관인은 낙관글씨보다 같거나 작아야지만 이것은 너무 작아서 어울리지 않았다. 만약 좀 큰 것이 있었다면 큰 것으로 어울리게 찍었을터이니...

커피 한잔을 마시고 나니 작품을 가져왔느냐고 묻는다.  나보고 언제부터 작품 한 점을 달라는 것을 주지 않았었다. 무엇에 쓰려는지도 모르면서 왜 작품을 함부로 내돌리겠는가...나는 절대 그렇게는 하지 않는 사람이다.

벽에 걸려있는 본인이 썼다는 작품과 돈주고 샀다는 작품을 보니 먹이 얼마나 탁한지 눈에 거슬려서 글씨를 어떻게 쓰고 있는가 싶어서  한번 써보라고 하였더니 먹물(화학약품)을 그래도 부어서 붓은 필관의 위에를 단구법도 쌍구법도 아닌 그냥 움켜잡고 몇자를 쓰는데 파임은 두번 그어도 모양이 나오지 않으니 다시 세번 긋는다.

그래서 어디서 집필법을 배웠느냐고 하니 그냥 잡고 쓰지 그런것을 누가 가르쳐 주느냐 한다.

어이가 없었으나 그런 내색은 못하고 발등법이라는 것이 있는데 나는 그것을 선호한다고 하니 기어코 글씨 한자를 써보라고 해서 먹물에 물을 좀 부으라고 해서 묽게해서 인자무적을 반절에 넉자로 썼더니 어떻게 한필에 다 쓰느냐고 하였다. 자기는 글자 한자도 다 못쓰고 붓을 벼루에 가야되는데...열심히 하면 그렇게 된다고 대답해주고 소주 한잔을 얻어먹고 왔다.

다음에 시간이 되면 내가 공부하는 안심복지관에 한 번 들리겠다고 하는 것을 오기는 오되 배울 생각은 말아라고 하였다. 왜냐하면 추천작가에게 획  자세니 지필법을 가르치면 자존심 상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러니 우리나라 서예는 땅에 추락할대로 추락한 것인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복지정책이라면서 동마다.복지관마다.무슨회마다 서예를 가르치고 있으니 그 사람들의  실력기준은 상을 타는 것으로 하다보니 상을 태워주어야 하고 일부 서실에서도 상타는 것을 목적으로 서예를 지도하다보니 이런 현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30여년전에 서산서실에 겨울방학때 선생님이 쉬는 날인줄 모르고 공부하러 갔더니 선생님 혼자 원장실에서 공부를 하고 계셨다.  가서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서야 오늘은 선생님 혼자 공부하는 날이라는 것을 알고 돌아서 나오려고 하니 오신김에 공부 좀 하고 가라고 하셨다.  그래서 먹을 갈고 있는 중 한 분이 오셨다....심0 정00씨였다. 대구에서 여자로서는 한자를 가잘 잘 쓰신다고 소문이 나신 분이었다. 속으로 왜 오셨는가 하면서 열심히 2시간쯤 공부를 하고 있을 때 심0은 가셨다. 가시는 손님을 배웅하면서 선생님이 나에게 오셔서 심선생님이 오선생을 소개해 주셨으니 고맙게 생각하라는 말을 하였다는 것이다.

내가 전년 겨울방학때 대구의 유명한 서실을 돌아다니면서 서법에 대한 것을 알려고 노력할 때 심선생의 서실도 들려서 몇 마디 서예이론을  나누어보니  자기는 못 가르칠  같으니 서산선생님을  소개해 줄터이니 가보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났다. 사실은 이미 서산선생님께 글씨를 배운지가 몇년 되어서 대구의 서예가들의 서법과 서풍을 알아보려고 다니던 참이었는데...

당시 목요일은 서산선생님이 서예원장을 지도한다는 말이 떠돌아다닐 때였다.  그 말이 맞다는 것을 확인하는 날이었다. 바로 심선생도 체본을 받으러 온 모양이었다.

그때도 심선생은 이미 일가를 이루어 심사를 다닐때였으니...

그때나 지금이나 실력으로 상을 타지 않고 정실이나 금전으로 상을 타 사람들은 이렇게 표가 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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