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신문)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고 동포와 관광객을 보호해야 할 재외공관에 근무하는 이들의 비리가 드러났습니다. 아내와 딸을 직원으로 채용하는가 하면, 공관 회식 뒤에 음주사고를 은폐하기도 했습니다. 감사원이 주러시아대사관을 비롯한 18개 재외공관 등을 상대로 감사 인원 12명을 투입해 한 달 가까이 실지감사를 진행한 결과입니다. 감사원이 12월21일 공개한 ‘재외공관 및 외교부 본부 운영실태’ 감사결과보고서에 담긴 각종 불법·탈법 행태를 공개합니다. 아래 사례는 일부일 뿐입니다.
대사관 한국문화원장, 딸과 아내를 직원·강사로 채용
나라예산 9천여만원 지급…거듭된 경고 무시하고 계속
# 사례1
A대사관 한국문화원장은 2012년 8월 자기 딸을 문화원 행정직원으로 채용했다. 채용 공고는 없었다. 재외공무원의 동반가족의 취업은 공관장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승인도 받지 않았다. 문화원이 한국인 행정직원을 채용하려면 본부(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도 생략했다. 그러곤 2013년 12월까지 인건비·출장비 등의 명목으로 딸한테 3만7329달러(한화 4400여만원)를 줬다. 이 문화원장은 2012년 8월, 자신의 아내를 문화원 산하 세종학당(한국어 교육기관)의 세종학당장 겸 전임강사로 채용했다. 이 문화원 산하 세종학당엔 한국어와 한국문화 교육을 맡은 강사가 7명이나 있는데도 ‘적임자가 없다’는 이유를 둘러댔다. 딸을 채용할 때와 마찬가지로 공관장과 해외문화홍보원장의 사전 승인을 받지 않았다. 이런 방식으로 자기 아내한테 2013년 12월까지 강의료 등의 명목으로 2만764달러(한화 2450만원)를 줬다.
2013년 12월 이런 사실을 파악한 대사가 해당 문화원장한테 ‘가족을 부당하게 채용해 문화원 업무에 관여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고, 정무공사는 같은 취지의 ‘경고’를 했다. 그런데도 이 문화원장의 ‘가족 사랑’은 멈출 줄 몰랐다. 이 문화원장은 그 뒤로도 문화원 행정직원에서 퇴직한 딸한테는 문화원 행사 관련 진행 및 공보요원 사례금 명목으로 6회에 걸쳐 1만4080달러(1660만원)를, 세종학당장인 아내한테는 세종학당 및 문화원 행사 관련 출장여비 등 명목으로 8회에 걸쳐 6867달러(810만원)를 더 줬다. 이 문화원장이 2012년 9월부터 임기를 마친 2015년 3월까지 이렇게 해서 아내와 딸한테 쌈짓돈 마냥 쥐여준 국가예산이 7만9040달러(9316만원)에 이른다. 소속 공관장과 상사의 거듭된 경고에도 위법 행위를 멈추지 않은 이 간 큰 문화원장은 2015년 3월 임기를 마친 뒤 귀국해 한 국공립대학교의 교수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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